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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리뷰

[프란츠 카프카/튀기]

ethos :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체코에서 태어나 독일어로 책을 집필한 유대인 작가이다. 유대인이면서 체코에서 태어난 체코인이었고 독일어를 사용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인이었기에 그는 항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달고 살았다. 이러한 고민은 그의 작품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카프카는 출신의 모호함이라는 현상적인 차원의 논의에서 존재의 모호성이라는 형이상학적 차원의 논의를 이끌어냈고 이 모호성을 그의 작품의 주요 주제로 다루었다. 이에 대해 알베르 까뮈는 그의 에세이에서 '카프카의 비밀은 근원적인 모호성에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 동안의 문학사에서 모호성을 근본 주제로 다룬 작가가 없었다는 점과 그것을 다루면서 파생된 카프카 작품 특유의 분위기는 많은 문학도들을 매혹시키기 충분했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그에게 영향을 받았음을 자처했다. '해변의 카프카'를 쓴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밀란 쿤데라, 알베르 까뮈 등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소개할 '튀기'는 카프카의 대표 소설인 '변신'과 유사한 부분을 가지면서도 그의 여러 특징을 짧고 강렬하게 전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카프카 입문서로 적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pathos "카프카적인(kafkaesque)이라는 수식의 근원"

 

카프카가 문학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카프카적인(kafkaesque)이라는 단어의 존재이다. 카프카적인(kafkaesque)이란 말 그대로 카프카적인 분위기를 일컫는데 초현실적이고 부조리하며 섬뜩한 분위기를 표현하는데 흔히 쓰인다. 이번에 소개하는 '튀기'에서도 이 카프카적인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그의 문체가 아니라 그가 다루는 소재에 있다. 카프카는 '튀기'에서 절반은 고양이이고 절반은 양인 짐승을 다룬다. 이러한 존재 설정은 짐승 자체를 모호성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탁월한 방식이다. 짐승은 고양이이면서 고양이가 아니고 양이면서 양이 아닌 존재인 것이다. 그것이면서 그것 아닌 존재, 바로 이런 모호한 존재를 상정함으로써 카프카는 모호성을 소설의 전면에 내세운다. 이와 유사한 방식을 그는 다른 소설에서도 사용하는데 그 유명한 '변신'이 바로 그것이다. '변신'에서 주인공인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한다. 그 순간 그레고르는 인간이면서 벌레인 존재,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존재, 벌레이면서 벌레가 아닌 존재가 된다. 이렇듯 모호한 존재들이 등장하면서 소설의 분위기는 급변하고 독자로 하여금 이질감을 느끼도록 한다. 이 이질감이 바로 카프카적인 분위기의 근원이다. 카프카는 형이상학적 모호성을 소설의 드라마라는 형식을 통해 현상적인 차원에서 맞닥뜨리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독자들에게 모호성을 인식하게끔 만든다. 

 


logos : "인간의 조건에 대한 직시"

이처럼 그가 모호성에 집중한 이유는 모호성이야말로 인간의 조건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을 그는 소설에서도 표현했는데, '튀기'에서 나오는 짐승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화자의 아버지의 소유였다가 상속받은 것이다.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을 화자가 어찌 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인간이기에 근본적으로 모호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것은 우리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추어 보더라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흔히 우리 내면에서 모순을 느끼기도 하고 사회 내에서 자신의 위치가 모호해지는 순간을 드물지 않게 느낀다. 이런 사회적인, 혹은 현상적인 범주 뿐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보더라도 우리는 모호한 존재이다. 우리는 매순간 있으면서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는 운동을 하기에 매순간 변한다. 매순간 변한다는 것은 1초 전의 나와 현재의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나는 순간마다 있으면서 없는, 분명히 있지만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카프카는 이 지점을 포착한 것이다. 이것이 카프카가 모호성을 인간의 조건으로 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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