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hos : "20세기 미국 문학을 개척한 작가"
그는 진실을 토해 내려 애썼다.
처음엔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다가
결국엔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진실이 그의 턱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He tried to spit out the truth;
Dry-mouthed at first,
He drooled and slobbered in the end;
Truth dribbling his chin.
ㅡ결국엔(Ultimately), 어니스트 헤밍웨이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1954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로 7개의 소설, 6개의 단편소설 모음집, 그리고 2개의 논픽션 작품들을 출판하였다.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마지막 소설인 '노인과 바다'는 들어보았을 정도로 그의 문학은 현대까지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그의 여러 소설들은 유명하지만 시는 흔히 접할 기회가 없는데, 그의 단순하고 간결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문체는 시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이번에 소개할 '결국엔(Ultimately)'은 헤밍웨이의 상표와도 같은 이 간결한 문체와 삶에 대한 그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다. 4연 밖에 되지 않은 짧은 묘사를 통해 전달하는 사내의 의지와 진실에 대한 자세는 그가 평생 이야기한 것들을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pathos : "문체와 태도에서 느껴지는 사내다움"
헤밍웨이는 사내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사내라는 표현은 그의 간결하고 절제된 문체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그의 진실에 대한 태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잠시 다른 이의 작품을 가져오자면 그는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와 같은 사내다움을 지녔다. 뫼르소는 소설 내에서 사내답다고 표현되는데 그 이유는 그가 지닌 태도에서 파생한다. 그는 오직 한 가지 신념을 가진 인물인데 바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있지도 않은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말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이다. 뫼르소는 이런 거짓말을 하지 않는 인물이다. 헤밍웨이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서, 거짓말을 안하는 것을 넘어 진실을 이야기하려는 작가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헤밍웨이는 사내라고 불릴만하다. 그것이 말 대신 흐르는 침처럼 한두 마디로 전할 수 없는 것이더라도 문학이라는 형태를 통해 진실을 전하려던 남자가 바로 헤밍웨이이다.
logos : "진실을 향한 불굴의 의지"
헤밍웨이는 '자신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는 작가라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생략해도 된다.'고 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는 일명 '빙산 이론'을 설파하고 다녔다. 빙산 이론이란 8분의 7이 물 속에 잠기고 나머지 8분의 1만이 수면에 떠오르는 빙산처럼 훌륭한 작가라면 감정을 헤프게 드러내지 않고 그 일부만을 드러내어 나머지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그는 평생 이것에 입각하여 글을 써왔다. 헤밍웨이의 문장이 단순하면서 함축적인 분위기를 풍겼던 이유는 그가 추구한 이러한 문학성과 연관이 깊다.
'결국엔(Ultimately)'에서도 그의 이러한 스타일이 돋보인다. 이 시의 중점적인 부분은 진실 자체가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인물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진실을 토해 내려는 그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진실을 향한 불굴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 시를 통해 독자들은 헤밍웨이의 삶의 태도, 글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다.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진실은 우리의 예상보다 아름답지 않고 턱에 흐르는 침처럼 추할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한 삶과 글, 행동만이 가치를 가진다. 헤밍웨이 문학의 위대함은 이 주저 없이 밀고 나가는 진실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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